서울안 마지막 '농촌' 사람들은 행복할까?

입력 2015-08-29 15:33   수정 2015-08-29 15:51

<p>[나는서울시민이다=김영옥 마을기자] 벽화가 그려진 마을을 찾아 멀리 통영 앞바다가 보이는 '동피랑' 마을을 찾는 사람들이 연간 100만명을 넘어섰다.</p>

<p>구불구불한 오르막 골목길을 따라 강구항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동피랑 마을에 오르면 담벼락마다 그려진 형형색색의 벽화가 눈길을 끈다.</p>

<p>동피랑 마을을 이렇게 바꿔놓은 사람들은 주민들이다. 지난 2007년 '푸른통영21'이라는 시민단체가 공공미술의 기치를 들고 '동피랑 색칠하기-전국벽화공모전'을 열어 전국의 미술대학 재학생과 개인 등 18개 팀이 낡은 담벼락에 벽화를 그려넣는 작업에 참여한 것이다.</p>

<p>2015년 현재 통영 '동피랑' 같은 벽화마을은 전국적으로 100여개에 달한다. 그 중 서울에만도 이화동 벽화마을, 홍제동 개미마을, 삼선동 장수마을, 전농동 벽화마을, 강동 성안마을 강풀만화거리 등 10여개가 넘는다.</p>

<p>서울에 남아 있는 마지막 농촌마을 도봉구 도봉1동 '무수골'도 예쁜 벽화가 그려진 그런 마을 가운데 하나다.</p>

▲ 도봉구 도봉1동 무수골벽화마을. 앙증맞은 그림들이 담장마다 가득하다(사진=김영옥 마을기자)
▲ 여섯마리의 검은 고양이들이 담장을 기어오르는 모습(사진=김영옥 마을기자)
▲ 많은 아이들이 참여해 그린 동심 가득한 벽화(사진=김영옥 마을기자)
▲ 실제로 핀 해바라기도 담장 벽화의 일부가 된다(사진=김영옥 마을기자)
▲ 저곳엔 실제로 소가 있었을 법도 하다(사진=김영옥 마을기자)
▲ 마을의 작은 교회 담장엔 천사의 날개가 그려져 있다(사진=김영옥 마을기자)
<p>2015년 가을. 아이들의 손을 잡고 도봉1동 '무수골'을 찾아가 보자.</p>

<p>그곳에선 특별할 것 없던 담장에 알록달록 꽃송이들이 날아다니고, 마을의 작은 교회 담장엔 천사의 날개가 그려진 골목길이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다.</p>

<p>예린이와 지영이, 주영이가 그린 풍선과 꽃, 좋아하는 곤충들이 가득한 담장 앞으론 텃밭이 만들어졌고, 상추가 자라고 있다.</p>

<p>좁은 골목길엔 아이들이 좋아하는 슈퍼맨이 자리 잡았고, 전선에 앉은 참새는 아이들에게 노래를 불러주고, 진짜 해바라기가 핀 담장 코너에는 소녀가 벤치에 앉아 생각에 잠겨있다.</p>

<p>커다란 상어와 물고기가 헤엄치는 바다 속 모습은 여름 한낮 골목을 조금은 시원하게 한다. 소를 키우고 싶었던 소년은 외양간에 있는 소를 담장 한쪽에 용감하게 그려 넣었다. 검은 고양이 여섯 마리는 아등바등 앙증맞게 담장을 기어오르고 있다.</p>

<p>커다란 꿀벌은 꽃을 찾아 어디론가 손님들을 안내하며 날아간다.</p>

▲ 실제로 핀 꽃에서 꿀을 한모금 따서 날아오르는 듯한 꿀벌벽화(사진=김영옥 마을기자)
▲ 마을 중간에 큼직한 마을지도도 그려져 있다.(사진=김영옥 마을기자)
<p>시인 안도현의 시 '너에게 묻는다'의 한 구절과 시인 나태주의 시 '풀꽃'의 한 구절도 눈길을 끈다.</p>

<p>마을길 중간엔 '도봉마을 문 여는 지도'가 큼직하게 그려져 있다. 벽화가 그려진 담장 앞엔 아예 쉬어가라는 듯 의자를 내놓은 집도 있고, 담장 앞에 자신의 집에서 키우던 화분을 모두 내놓은 것은 물론 담장 위에도 작은 화분을 올려놓은 집도 있다.</p>

<p>담장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따라 가다보면, 무수골의 오래된 초등학교인 도봉초등학교가 나온다. 도봉산을 병풍삼아 노랑, 빨강, 파랑색 외벽이 인상적인 학교 운동장엔 신나게 뛰어 노는 아이들로 왁자지껄하다.</p>

▲ 마을의 역사와 함께 한 무수골의 오래된 도봉초등학교(사진=김영옥 마을기자)
<p>예쁜 도봉초등학교를 카메라에 담으려하자 학교보안관은 친절하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려준다.</p>

<p>"벽화 보러 오셨나봐요. 요즘 많이들 오시죠. 덕분에 우리 학교도 유명해졌구요. 서울에 이런 학교 드물어요. 이 학교가 이번에 50회 졸업생을 낸답니다. 얼마 전엔 이 학교 졸업생이 이 마을에서 환갑잔치도 했는걸요."</p>

<p>"조금 더 도봉산 쪽으로 올라가면 도봉산 올라가는 등산로와 북한산 둘레길도 나오고 무수골 계곡도 있고 벼농사를 짓는 논도 볼 수 있어요. 볼거리 많은 자연친화적인 마을입니다."</p>

<p>소박하지만 마을 담장에 벽화가 그려지면서 마을엔 이야기가 생겨났고, 이웃들은 더 가까워졌다. 마을에 사람들이 찾아오자 주민들은 자랑거리가 생겼다며 반기는 분위기다.</p>

▲ 무수골 다락논(사진= 김영옥 마을기자)
<p>서울에 마지막 남은 농촌 도봉1동 '무수골'은 조성된 지 500년이 넘은 마을이다.</p>

<p>국립공원 안에 있기 때문에 개발제한 구역으로 묶여 마을은 개발의 바람을 피할 수 있었지만 사람이 살지 않는 집이나 어두운 골목, 무너진 담장들이 마을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p>

<p>동네 입구에 있는 도봉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은 그곳을 지나며 등하교를 하곤 했다. 몇년 전, 마을 앞을 흐르는 무수골 계곡이 생태하천으로 거듭나 하천과 산책길이 깔끔하게 조성되고, 마을길이 넓어지는 등 마을의 기반 시설들이 정비되고 있긴 하지만 방치된 폐가와 좁은 골목길, 부서진 담을 따라 초등학교 아이들이 등하교를 하고 있어 개선의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p>

▲ 마을 중앙에 위치한 무수골 유래 비석(사진=김영옥 마을기자)
<p>'아이들이 즐거워하는 학교 가는 길'을 만들어 주자는 의견이 나왔고, 청소년의 복리증진을 위해 지역 내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던 교육공동체 '제프(대표 홍도미)'는 2013년 도봉구 마을만들기 주민제안 사업에 '무수골 벽화축제'를 신청했다.</p>

<p>제안사업이 받아들여지면서 주민들도 나섰다. 서울에서는 드물게 토박이에 의해 순수성을 유지하고 있는 자연마을 무수골의 모습을 그대로 지키면서 벽화를 통해 마을에 활력을 불어넣자는 취지에 동의한 주민들은 동네 입구 도봉초등학교 일대 벽화 대상지의 집주인들을 만나 협조를 구했다. 벽화대상지 집주인들도 흔쾌히 담벼락을 내놨다.</p>

▲ 하늘 향해 두팔 벌린 해바라기, 이 동네 아이들의 모습을 보는 듯 하다(사진=김영옥 마을기자)
▲ 담장벽화 앞엔 텃밭이 있고 가을고추도 빨갛게 잘 마르고 있다(사진=김영옥 마을기자)
<p>마침내 어둡고 칙칙한 잿빛 담장에 아기자기하고 화사한 이야기가 있는 벽화가 그려지자 아이들이 모여 들었다.</p>

<p>도봉초등학교 아이들이 옹기종기 앉아 그림을 그렸고, 인근 북서울중학교에 다니는 언니 오빠들도 찾아와 예쁜 그림을 그려 넣었다.</p>

<p>지역주민들은 물론 도봉산을 찾았던 등산객이나 동네를 방문한 사람들도 누구나 붓을 잡았다. 무수골을 아끼는 주민들에 의해 '무수골 벽화마을'이 만들어지자 사람들이 모여들었다.</p>

<p>2013년 5월 만들어진 '무수골 벽화마을'을 한번쯤 찾아가 보자. 그곳에 오래된 서울의 미래가 있다. </p>

<p>● 도봉구 도봉1동 무수골은 도봉산에서 시작된 사시사철 맑고 시원한 계곡 물이 흐르는 곳이다. 그 계곡을 끼고 아직도 다락논(산골짜기의 비탈진 곳에 층층으로 되어 있는 좁고 긴 논)에 벼농사를 짓는 동네다. 도봉초등학교에서는 지난 2011년부터 무수골의 다락논을 임대해 친환경 순환 농법으로 5년째 벼농사를 지어 학생들이 벼농사를 체험할 수 있게 하고 있다.</p>

▲ 다락논 길을 가로 질러 도봉산으로 가는 주민들(사진=김영옥 마을기자)
▲ 수령 215년 된 무수골 느티나무(사진=김영옥 마을기자)
▲ 무수골 계곡으로 소풍 온 아이들(사진=김영옥 마을기자)
<p>무수골은 1477년(성종8년) 세종의 17번째 아들인 영해군의 묘가 조성되면서 유래됐다. 옛 명칭은 수철동이었으나 세월이 지나면서 무수동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속칭 무시울이라고도 하며 무시울(윗말), 중간말, 아랫말로 나뉘며 동네가 형성됐다. 무시울(윗말)은 조성된 지 500년이 넘는 마을이?</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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